최인훈의 광장
엄마들은 왜 그렇게 자식들 책을 싫어할까.
그것보다 자식들은 떠나면서 책을 남겨두고 가니까 그 남겨진 책이 싫은 거겠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작은 언니거랑, 내거랑 큰 박스 다섯개가 되는데
이번에 한국에 있을 때 엄마의 압력으로 두 박스 정도는 줄이고 온 거 같아.

어찌어찌하여 최인훈의 '광장'이 결국 나와 함께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 오게 되었다.
다른 시집 몇권도 더불어서.
다시 읽은 광장은, 최인훈이란 사람 글 정말 잘 쓰는구나. 글 잘 쓰는 건 이런 거구나, 같은 사변을 안겨주었다.
참 잘 썼네, 참 잘 썼어 하고 읽어내려갔다.

다시 읽어도 아득한 마지막.
"돌아서서 마스트를 올려다본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다. 바다를 본다. 큰 새와 꼬마 새는 바다를 향하여 미끄러지듯 내려오고 있다. 바다. 그녀들이 마음껏 날아다니는 광장을 명준은 처음 알아본다. 부채꼴 사북까지 뒷걸음질친 그는 지금 핑그르 뒤로 돌아선다. 제정신이 든 눈에 비친 푸른 광장이 거기 있다.
자기가 무엇에 홀려 있음을 깨닫는다. 그 넉넉한 뱃길에 여태껏 알아보지 못하고, 숨바꼭질을 하고, 피하려 하고 총으로 쏘려고까지 한 일을 생각하면, 무엇에 씌웠던 게 틀림없다. 큰일날 뻔했다. 큰 새 작은 새는 좋아서 미칠 듯이, 물 속에 가라앉을 듯, 탁 스치고 지나가는가 하면, 되돌아오면서, 그렇다고 한다. 무덤을 이기고 온, 못 잊을 고운 각시들이, 손짓해 부른다. 내 딸아.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 옛날, 어느 벌판에서 겪은 신내림이, 문득 떠오른다. 그러자 언젠가 전에, 이렇게 이 배를 타고 가다가, 그 벌판을 지금처럼 떠올린 일이, 그리고 딸을 부르던 일이, 이렇게 마음이 놓이던 일이 떠올랐다. 거울 속에 비친 남자는 활짝 웃고 있었다."

아, 아득해...하고 있다가 고등학교 국어 시험으로 '부채꼴 사북'이던가, '고운 각시들' 이던가 밑줄 쳐진채 문제로 나왔던 걸 본 것같다. 문학을 괄호치고 밑줄쳐서 배운다는 건 무슨 헛질이었을까.

첫번째 결혼은 조금 떨렸던 거 같다. 화장을 하고 집 뒤뜰 계단으로 나아갈때, 사람들이 보고 있구나 하는 생각. 잘 하고 싶다...뭐 그런 생각은 있는데 잘한다는게 무슨 의미인지 본인도 모르는 갸웃한 심정.
한국에서 했던 두번째 결혼은 그저 축제였다. 왁자한. 그러고 보면 결혼 여러번 하면서 여전히 떨린다는 건 거짓말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2년만에 간 한국은...가기 전에는 그 엄청난 거리감으로 스트레스를 주다가...지금은 이렇게 허전함을 준다. 이 허전함 때문에 한국가는 게 싫었던 거야. 내 자리라고 생각했던 지금 이 곳. 직장, 여기서 만난 사람들이 갑자기 막 설다. 이게 싫은데 조금 있으면 이것도 사라질 거. 시간이 해결해 줄 터.
by chaplin | 2008/05/23 04:14 | 트랙백 | 덧글(4)
트랙백 주소 : http://miu216.egloos.com/tb/437516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보풀 at 2008/06/28 11:37
참 아까 말 안 한 거, 오늘 4month, 3weeks, 2days를 봤다. 니 말이 다 맞다.. 흐미 보는데 힘들어서 괴로웠엉. 자랑할 거는 DVD로 봐서 감독 인터뷰도 봤다는 거. 저녁먹는 씬을 진짜 여러번 찍었다는 군.
Commented by chaplin at 2008/06/29 10:15
나조차도 내 홈피에 자주 오지 않는데 너밖에 없구려!
Commented by 미우미우 at 2009/07/16 11:22
나 7월 25일 뉴욕놀러간다. 후후. 내게 네 전화번호 좀 알려줘.
만나줄거지?
Commented by 야옹이 at 2009/07/17 13:03
내가 왜 내 실명을 안밝혔을까나..
미우미우 나 뉴욕 같다.

:         :

:

비공개 덧글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