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더비.
에서 일하는 단상은.
각 부서마다 옥션 기간이 다른가 본데--그래야 겠지--
지금이 아마도 유럽 미술 부서 경매가 다가오고 있는지
건물 내 갤러리처럼 꾸며서 옥션에 올라있는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미술작품이 상품으로 팔린다는거 모르는 것도 아니건만
모든 작품마다 예상 가격이--이정도는 입찰해야한다는--나와 있고...
뭐랄까. 미술관에서는 아무리 허접한 작품도 절대 손대지 마시오. 가까이 가지 마시오. 하면서 작품 자체가 보는 사람을 누르잖아.
위계가 다르지.

근데 소더비에서 보는 미술이란 보러 오는 사람--돈있는 자, 미래 입찰자--앞에서 몸을 낮춘다.
정말로세상의 다른 여느 상품과 다를 바 없다.
유리 창으로 가리지도 않고 가로막는 것도 없고 조각은 만져도 되고--구매자는 물건에 대해서 모든 정보를 알 권리가 있으니까--
알려진 작가의 작품도 돈 앞에서는 겸손하다. 르느와르도, 피카소도...
전 한 1천-2천만원하거든요. 사주세요. 한다.
이런 거 보면, 뮤지엄같은 공적 공간 말고 사적인 콜렉션으로 얼마나 많은 미술품이 유통되고 있는건지.

이상한 일이지만, 막상 구체적인 가격은 모른채, '손대지 마시오' 뭐 이런 경고문구로 싸인 작품만 보다가
실제로 예상 가격이 매겨진 탈신비화된 그림을 보고 있으려니
별거아니군--개 중 싼게 천만원인데--싶다. 물론 그 천만원 당연 내 구매력을 훨씬 넘어선 거지만.
상상할 수 없는 물체가, 값이 매겨지고 나서 보니, 그 천만원이 좀 우습게 여겨진다는.

#.덧붙여서 다른 얘기. 최근에 책이 손에 잡히지 않아. 한국어로 된 책을 어슬렁거리다, (역시 그런거지. 아무리 그래도 영어책은 집중해서 읽어야한다.아님 처음부터 미친듯이 끌리는 부분이 있거나. 스밀라처럼.)
갖고 있었으나 읽지 않았던 오즈에 대한 책을 잡다.
그래서 오즈의 '외아들'이란 영화도 보게 되었는데--중국에 있을때 해적판으로 사두었음--
역시 오즈 영화의 씁쓸한 느낌은,
평범함, 범속함을--영어로는 mediocre가 생각남--벗어날 수 없는 인생사를 너무 잘 그려낸다는 것.
외아들을 둔 가난한 홀어머니는 모든 걸 희생하고 아들을 교육시키지만
도쿄에 가서 대학까지 마친 아들은 결국 야간학교 교사. 그도 결혼하고 갓난아기의 아버지.
아들은 그저 이류인생에 머문 자의식에 엄마를 선뜻 도쿄로 초대하지 못하고,
급기야 어머니 방문. 서로 화기애애하게 보내려고 하지만 둘 다 실은 실망을 감출 수 없다.
다시 고향에 온 어머니, 동네 친구한테 아들이 도코에서 잘 성공했다고 조용히 말하고는, 혼자서 망연히 있다.

사실 대학원에서 있을 때는, 세상의 기존 분류에서 내가 벗어나있는 듯한 착각을 했었는데
매일 쳇바퀴처럼 사는 지금의 나를 보면, 내 인생의 이류성이 다른 사람과 결코 다르지 않고.
다른 모든 동료 이류들이 그렇듯, 나도 이류가 막상 되기 전에는 이렇게 쉽게 이류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고.
이런 걸 생각하고 있으면 정말 아이는 가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는 얼마나 쉽고 강력하게 내 이류성을 절대화/고착화 시킬 것인가.

--글을 다 쓰고 나니...이류성보다는 삼류성이 더 적합한 단어가 아닌가 싶다. 잘 확신이 서지 않아 내비두겠음.

by chaplin | 2008/02/12 13:26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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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보풀 at 2008/02/23 02:10
외아들 보고싶구나. 영어로는 뭐지.
Commented by 레몬 at 2008/02/29 23:02
나도. 오즈영화 하나도 못 보았는데..
Commented by chaplin at 2008/03/01 01:32
the only son 이 아닐까? 영화검색은 imdb.com을 하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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