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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There Will Be Blood. 를 보면서 그 해 최고의 영화다라고 했지만,
속으로 편하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maglomaniac인 주인공이 폭력을 행사하며 석유왕이 되고 결국엔 몰락한다는. '거장' 남자 감독들이 제일 좋아하는 유형의 스토리, 대부가 그렇고, 많은 갱스터 영화가 그렇고, 거기다 카리스마있는 남자배우가 있다면, 그런 영화는 인정받고 그리고 흥행도 한다. 대작으로 인정받지 않아도, 피가 튀기고 총을 난사하는데서 나오는 '장엄'함은 사회적으로 대량소비된다. 잘 만든 조폭영화든, 못만든 거든, 잘만든 전쟁영화든 못만든 거든. 그 소비코드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 그런 면에서, 지옥의 묵시록 같은 영화가--내 인생의 명화라고까지 칭하는 영화--아무리 잘 만들어졌다고 해도 만연하는 폭력소비에 너무나 의존/영합하고 있다는 사실은 지울 수 없다. 대부의 코폴라도, 비열한 거리의 스콜세지도 그 찢어버리고 부숴버리고 싶은 폭력의 시스템을 말하고 있어도, 자신들이 얼마나 경도되고 그걸 소비하고 싶어하는지 위에 언급된 거장 남자 작가들은 영합한다. 그 영합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그것이 지적되고 문제시되지 않는게 문제다. 4 Months, 3 Weeks, 2 Days은 낙태에 관한 루마니아 영화다. 낙태라는 주제가 알려지는 이상, 영화는 칸영화제 그랑프리로 혹하는 관객의 절반 가량을 잃을 지 모른다. 임신,출산과 특히 낙태라는 주제는, 갱스터 영화의 대량소비의 정반대 얼굴이다. 가장 소비되기 어려운 영화주제다. 영화는 1980년대 독재에 눌린 암울한 사회적 공기를 '몸'으로 맞서는 여자들의 이야기다. 여자주인공 오틸리아가 친구를 돕느라 겪는 심리적 공황, 폭력, 혼란은 너무 깊어서 난 그녀를 걱정하느라 전전긍긍 2시간을 훌쩍 보내버렸다. 전전긍긍의 2시간이라서 편하지 않았고, 영화 내용도 어둡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서 기뻐서 마음이 충만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생각해보라. 어느 영화가 낙태를 둘러싼 고통을 이렇게 범우주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적이 있는지. 우리는 사느냐, 죽느냐 고민이라는 햄릿같은 타입은 있을지언정, 가족을 지키느라 힘들어 죽겠다는 대부의 짙은 그늘은 봤을지언정, 낙태 생각으로 짙어지는 그늘을 가진 여자가 대부와 같은 위치를 갖는가, 문화적 재현에서? 감독은 68년생, Cristian Mungiu. 평소에 믿고 지내는 남자가 있으면 같이 봐서 좋을 수 있는 영화다. 좋은 리트머스테스트. 당신이 테스트하고 싶다면. 영화가 재미없고 싫다고 한다면 글쎄 좀 실망이고, 너무 내용이 어두워서 슬프고 좀 우울하다면 그럴 수 있겠거니 하고, 정말 내가 하고 싶지만 너무 여성학 조교같은 말이라 참고 있을때, 장면장면 분석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남자라면 어떨까. 나는 영화가 끝나고 이런 영화가 세상에 나오고, 루마니아라는 곳에서 나오니 더 자랑스럽고, 상받고, 내가 볼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온갖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긍정적이었던 반면, 필은 내내 집에 올때까지 침울하고 불편해해서, 나는 '역시, 쟤가 임신/낙태 문제는 감정이입을 못하는구나. 뭐 어쩔수 없지. 근데 스콜세지 영화는 디비디로 다 사놓고선...'라고 속으로 짐작하고 있었는데... 그런 영화를 보고 영화가 끝나니 바로 일상으로 돌아와 랄랄라 하는 나한테 거리감/배신감을 느꼈다면서, --그게 랄랄라가 아니라 영화적 완성도 때문에 행복해서 그랬다는 설명을 해서 오해를 풀고.-- 필이 장면장면 조목조목 왜 영화가 훌륭한지 늘어놓았다. 그래서 바로 전까지 난 이 영화를 필이랑 보지 말걸 하고 후회했던 마음을 씻어주었다. 아주 좋은 영화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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