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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필이 다른 사람은 몰라도 한국 감독 중에 홍상수 영화는 하나 봤으면 했다. 내가 한국 남자들을 종종 일반화해서 말하곤 하는데. 당연히 시니컬/불신/비판적이어서 필이 가만히 듣고는, misogyny (여성혐오)의 반대판 아니냐며.--영어로는 여성혐오라는 단어는 있어도 남성혐오가 없다.-- 나의 '혐오'의 근거를 물은 적이 있었다. 난 그것이 '혐오'가 아닌 매우 정당한 평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홍상수가 그리는 한국 남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디비디를 틀었는데, 미국 배급판에는 글쎄 마틴 스콜세지가 영화 시작전 헌사를 한다. 한국 영화에는 놀라운 감독들이 있다. 김기덕, 이창동, 박찬욱...어쩌구 저쩌구. 저런 헌사쯤은 뭐 대충 누구나 할 수 있지라고 생각 그리고 스콜세지는 홍상수를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 들면서 깎아내리고 있었는데, 스콜세지가 영화연출의 묘미라느니, 연기의 섬세함이라느니 구체적인 부분을 들어가며 진지하게 영화를 칭송하기에 이르자... 스콜세지가 홍상수를 이해할 수 있을까, 홍상수의 인간혐오(misanthrope)의 그 철저함을, 그 성취도를 부러워하는 건 아닐까 하고 잠시 생각했다. 스콜세지는 징글징글하고 좋아할수 없는 주인공이어도 결국엔 긍정하도록 영화를 만드니까. 그리곤 아, 하고 스콜세지의 장편 데뷔 영화가 생각났다. "내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누구인가? Who's That Knocking at My Door?"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이전에 데이트 강간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자, 순결 이데올로기를 떨칠수가 없고, 갑자기 그녀가 더렵혀졌다고 생각하고, 다 못믿겠고, 우선은 그녀의 잘못인양 추궁하다가, 고민끝에 마치 선심을 쓰는양 그래도 너랑 결혼하겠다며, 여자를 배려하기보다는, 실은 이 정도 너그러우니, 나 멋진 놈 아니냐며, 여자에게 감사의 말을 기대하지만, 여자는 그 자기중심성에 화가 나서, 오히려 관계를 정리하고, 이 남자, 그녀의 배은망덕이 이해할 수 없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서 김태우의 지리멸렬함과 연결되는 부분. 그러나, 여전히 스콜세지는, 어쩔 수 없이, 남자주인공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시선을 버리지 못한다. 택시 드라이버에서 사이코인 로버트 드 니로를 동정/동일시 하는 시선처럼. 홍상수의 서늘함이 스콜세지보다 한 수 위라고 난 역시 생각. 스콜세지는 홍상수를 부러워한다. 고 생각. 2. There Will Be Blood. 역시 일하고 있는 뮤지엄이 주최하는 행사로, 폴 토마스 앤더슨--매그놀리아, 부기 나이츠 이 사람 영화 다 사랑해-의 신작으로 다니엘 데이 루이스 주연에, 영화 상영 후에는 이 둘과 질의 응답을 하는 자리. 특히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이런 영화 홍보니 하는 자리에 거의 참석하지 않는 사람이라서 사람들의 기대가 컸고, 그런 자리를 별로 하지 않아서 그런지, 뭐든지 진지해서 좋았다. 대답하나하나에. 영화가 왜 그렇게 끝나야만 했을까 난 동의하지 않지만, 마지막 10분을 뺀다면 시작부터 너무 좋아서, 올해 본 최고의 영화다라고 평가. 필과 나는 공짜표를 위해서 영화 시작전 스태프로 일을 했는데 필은 vip석을 지키고 있었거든. 줄리안 무어와 눈을 마주쳤다나, 미소를 주고 받았다나 들떠 있었고, 난 말을 하나하나 또박또박 신중하게 하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 때문에 좋았고--역시 그저 영국 악센트기 때문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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